푸꾸옥 여행을 갑자기 온 만큼 기념품을 사고 떠날 준비를 하는 것도 우당탕탕이었다. 여행 전에는 동남아니까 열대 과일 칩을 사면 되겠지 싶었지만, 마트에 들어가는 순간 알았다. 베트남은 태국이나 필리핀과는 또 다른 나라였다. 베트남은 농산물 수출 강국이라 땅콩, 캐슈넛, 후추, 커피 같은 원물과 가공품이 다양하다. 일반 슈퍼마켓처럼 보이는 진열대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바로 보이지 않았던 이유다. 그래서 첫날 무계획 마트 투어에 실패한 후 한 땀 한 땀 찾은 푸꾸옥 기념품 리스트를 정리해본다.
3줄 요약
- 푸꾸옥 지역 특산품 - 후추, 느억맘
- 베트남 특산품 - 땅콩, 캐슈넛, 마카다미아, 건과일에 바른 초콜릿
- 베트남 가공품 - 믹스커피, 드립커피, 초콜릿, 과자
푸꾸옥 남부, 기념품 쇼핑 어디로 가나?
푸꾸옥은 대형 기념품 전문점이 많지 않고 마트·야시장·특산품점 안에 기념품 코너가 섞여 있다. 가게 자체가 작고 상품도 많지 않아 길에서 기념품을 득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푸꾸옥 남부에서 기념품 쇼핑을 한다면 Vietnam Select와 Going Mart를 추천한다. 종류가 많고 먹거리부터 기념품까지 한 번에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 Vietnam Select - 부이페스트 야시장(VuiFest)입구에 있는 마트다. 1층에는 식음료, 지하 1층에는 신선식품, 옷, 문구 등이 있어 규모가 크고 진열이 깔끔해 기념품과 특산품을 한 번에 고르기 편하다.
- Dugong Mart - 남부 리조트와 선셋타운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 관광객용 기념품점보다는 현지의 큰 슈퍼마켓에 가깝다. 대형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느낌? 그래서 베트남 과자, 음료, 식품, 생활용품처럼 일상적인 쇼핑하기에 좋다.
선물용 제품을 빠르게 고르고 싶다면 Vietnam Select가 편하고, 현지 마트 구경이나 중간중간 먹을 음식을 조달한다면 Dogong Mart가 편하다. 살 물건이 명확하다면 어디를 가든 상관없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보며 고르고 싶다면 Vietnam Select가 낫다.
https://us.trip.com/moments/detail/phu-quoc-island-24779-134460307/
쇼핑 전 준비하세요! 살 것의 베트남어 이름과 사진
리조트에서는 영어가 통했지만 쇼핑몰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첫날 쇼핑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었다.
점원에게 pepper와 cashew nut이 어디 있는지 물었는데 소통이 잘되지 않았다. 사진을 보여줘도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다. 알아들은 것은 느억맘 정도였다. 느억맘은 느억맘이니까. 그래서 아래 사진과 베트남어 이름을 함께 적어두었다.
푸꾸옥에서 꼭 살 것 - 후추와 느억맘 소스
푸꾸옥은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원래 농업과 어업 중심의 섬이었고, 후추·느억맘·진주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후추와 진주는 푸꾸옥의 기후와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고, 느억맘은 전통 발효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상주 곶감처럼 지역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물건들이다.
후추 (핫띠우, Hạt tiêu)
푸꾸옥에서 하나만 다시 사라고 하면 나는 통후추다. 일단 개봉한 현재 기준으로 향이 너무 좋다. 후추 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다양한 후추 중 추천템은 (1) 통후추와 (2) 라임이 섞인 후추다.
- 통후추: 백후추와 흑후추, 적후추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는데 나는 하나씩 다 샀다. 200g 한 봉지에 5천 원 정도라 가격도 괜찮았다. 푸꾸옥 통후추는 토양과 기후 덕분에 알맹이가 단단하고, 톡 쏘는 매콤함과 향긋한 향이 강하다고 한다.
- Black Pepper - 덜 익은 후추를 말린 것이다. 우리가 다 아는 그 후추다. 고기와 먹으면 잘 어울린다.
- White Pepper - 잘 익은 후추의 껍질을 벗긴 것이다. 조금 더 순해서 국수나 계란과 같이 먹기 좋다.
- Red Pepper - 충분히 익어 붉어진 후추를 껍질째 말린 것으로 부드럽고, 향이 더 달큰하다.
- 조미 후추: 시판 후추다. 후추를 소금이나 라임과 섞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내가 산 DH 제품 중 하나는 소금과 갈아 계란 등에 곁들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라임·소금·고추를 섞은 새콤매콤한 제품이다. 내가 직접 라임과 고추를 섞어 먹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샀다.
느억맘 (Nước mắm)
느억맘(Nước mắm)은 푸꾸옥의 특산품 피쉬소스다. 후추가 땅에서 나는 대표 특산물이라면, 느억맘은 바다의 특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푸꾸옥의 피쉬소스는 전통 방식으로 나무 통에서 멸치를 오래 발효해 감칠맛과 향이 좋다고 한다. 태국에서도 피쉬소스를 샀고 우리 집에도 멸치액젓이 있는데 굳이 느억맘 소스를 왜 사야 하냐고 묻는다면, 스프링롤·짜조·월남쌈·분짜 소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식초, 라임, 굴소스 등과 섞으면 된다고 한다.
액젓이라 큰 것을 사 오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기념품용으로 여섯 병이 들어 있는 미니 느억맘 세트가 있다. 마트에서 느억맘을 고르자 비행기를 타는지 물어보고 뽁뽁이로 여러 겹 포장해줬다. 실제로 새지는 않았다.



베트남에서 꼭 사야할 것 - 견과류, 커피, 초콜릿
베트남은 원물 생산으로 유명한 나라이며, 특히 커피와 캐슈넛은 세계적인 생산·수출 상품이라고 한다. 생산에 유리한 환경뿐 아니라 껍질 제거·선별·가공 산업까지 발달해 세계적인 수출품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도가 확실히 다르다.
베트남은 열대섬나라처럼 보이는데 왜 땅콩부터 고산지대의 커피와 카카오까지 유명할까. 신기했다. 찾아보니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여러 농업 기후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부에는 겨울이 있고 남부에는 겨울이 없다. 메콩델타에서는 쌀·열대과일·수산물이, 중부고원에서는 커피·후추·고무가, 중북부에서는 차와 과일이, 해안에서는 수산물이 나온다. 서로 다른 원물이 지역별로 생산되는 구조다.
캐슈넛 (핫 디에우, hạt điều) 과 마카다미아 (핫 막까, hạt mắc ca)
우리에게 술안주로 친숙한 캐슈넛과 마카다미아도 종류가 많았다. 베트남은 캐슈넛 수출이 큰 나라라고 한다. 어쩐지 캐슈넛이 마트에 너무 많았다. 국내 생산량만으로 물량을 채우기 어려워 아프리카 등에서 생캐슈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마카다미아도 맛있다. 캐슈넛보다 가격대는 있지만 맛있는 것은 맛있다.
- 캐슈넛과 마카다미아 모두 기본 구운 것부터 깐 캐슈, 안깐 캐슈, 볶은 캐슈 등 뭘 골라도 다 맛있다.
- 소금, 버터, 허니, 카카오 등을 더한 가공 제품도 많고 포장도 잘 되어 있다. 친구에게 선물한다면 특이하고 맛있는 가공 캐슈를 추천한다. 부모님께는 기본 구운 캐슈가 무난하다.
땅콩 (더우 퐁, đậu phộng)
땅콩 또한 볶은 땅콩부터 초콜릿이 들어간 것까지 종류가 많았다. 땅콩의 맛은 말해 뭐하나. 아몬드가 조금 딱딱하다면 땅콩은 부드러워서 계속 손이 간다. 선물한다면 슈슈 푸꾸옥, 내가 먹을 것이라면 초콜릿이나 꿀이 묻은 가공 땅콩을 추천한다.
- 프랑스 아저씨 땅콩 (슈슈 푸꾸옥, ChouChou Phu Quoc) - 한국에서 프랑스 아저씨가 그려진 땅콩이 유명하다고 해서 2~3가지를 사 왔는데, 병마다 맛이 달랐다. 알고 보니 30가지가 넘는 맛이 있다고 한다. 땅콩에 푸꾸옥의 후추·새우소금·심 열매·코코넛 같은 현지 재료와 베트남식 맛을 섞은 제품이다. 푸꾸옥인데 왜 프랑스 아저씨인가 싶었는데, 2011년 푸꾸옥 여성과 결혼한 프랑스인이 땅콩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커피 (카페, cà phê)
베트남 커피라고 하면 G7 같은 진한 커피나 콩카페의 달달한 코코넛커피만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원두·드립커피·믹스커피까지 종류가 엄청 많았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이고, 로부스타라는 쓴맛이 강하고 묵직한 원두가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쓴 커피를 연유나 코코넛 밀크처럼 달고 부드러운 재료와 섞어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실패가 적은 믹스 커피
G7이 유명하고 블랙부터 설탕과 크리머가 들어간 제품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말 베트남스러운 것을 찾는다면 G7이나 핀 커피도 좋지만, 기념품으로는 연유커피나 박시우 커피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여러 가지를 먹어보고 싶어서 콩커피의 3가지 맛 인스턴트 커피를 골랐다.
- 연유 커피 (카페 쓰어 다, Cà phê sữa đá) - 커피에 연유를 넣은 베트남식 밀크커피
- 코코넛 커피 (까페 즈어, Cà phê dừa) - 커피에 코코넛 밀크를 넣은 커피
- 박시우 (Bạc Xỉu) - 연유우유에 커피를 조금 넣은 커피. 베트남식 리버스 플랫화이트?

드립 커피
몇 가지 유명한 브랜드가 있어서 그것만 봤다. 면세점에서도 자주 보이는 브랜드다.
- 쭝웬 레전드(Trung Nguyên Legend)
- 미스터 비엣 (Mr.Viet) 베트남에서 밀어주는 브랜드라고. 사지는 않았다.
- 콘삭 커피 (Con Sóc) 콘삭 다람쥐가 그려진 커피다. 베트남 다람쥐 커피가 유명하다고 해서 사향고양이 커피처럼 다람쥐에서 나온 커피인 줄 알고 샀는데, 그냥 다람쥐 캐릭터가 있는 드립커피였다. 사향족제비 커피를 찾는다면 Weasel 표기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좋은 선물 - 초콜릿
초콜렛 (소코라, sô-cô-la)
베트남은 스페셜티 초콜릿으로도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빈으로 만든 로컬 초콜릿 브랜드가 생겼고, 후추 초콜릿이나 트러플 초콜릿처럼 푸꾸옥의 재료를 넣은 제품도 있었다. 포장이 예뻐서 선물하기 좋았지만 가격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마로우 (Marou) - 베트남 로컬 초콜릿 브랜드다. 프랑스 청년들이 시작한 브랜드로 베트남 카카오빈으로 만드는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 비터스위트 (Bittersweet) - 푸꾸옥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브랜드다. 나는 이 제품을 샀다.







강추! 건과일 + 초콜릿 칩
여름 휴가에 건과일을 놓칠 수는 없다. 망고, 잭프루트, 바나나, 코코넛칩에 초콜릿을 더한 제품들을 샀다. 가볍고 유통기한도 길어서 열대 느낌이 난다. 여러 사람에게 나눠줄 선물로 괜찮다.
- 올라 (Ohla) 브랜드의 오렌지·망고·바나나 초콜릿이 정말 맛있었다. 하나하나 개별 포장이라 깔끔하기도 하다. 그냥 건망고도 맛있지만, 동남아에서 망고를 많이 먹어본 나에게는 이쪽이 조금 더 특별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산 과자들
인터넷에서 헐레벌떡 찾아 사 온 베트남 과자를 다 개봉하고 보니, 양이 정말 많았다. 박스에 과자가 꽉 차 있어서 뭘 사도 생각보다 오래 먹게 된다.
치즈 과자
치즈 과자 추천을 많이 받아 치즈 웨하스와 Ah 과자를 샀는데, 둘 다 치즈맛이 꽤 진했다. Ah는 길쭉한 과자에 콘치즈 시즈닝을 듬뿍 바른 느낌이다. 특별한 맛이라기보다 치즈를 아끼지 않은 맛이다.


커피과자
빠다코코낫을 조금 더 얇고 바삭하게 만든 뒤 커피향을 입힌 느낌인데, 생각보다 달지 않고 짭짤해서 계속 손이 간다. 한 봉지에 양도 많아 이동할 때 간식으로 먹기 좋았다. 이건 다음에도 사 올 것 같다.

TOP 젤리 (망고, 타로 젤리)
망고와 타로 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망고 젤리를 샀다. 말랑하게 쏙 넘어가는 젤리보다는 조금 끈덕하고 탄력 있는 동그란 젤리 질감이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한 봉지 가격이 저렴하고 개수가 많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기에는 괜찮다.

면 티셔츠와 작은 가방
Vietnam Select 지하로 내려가면 각종 기념품이 있다. 여행지에서 파는 면 티셔츠의 품질이 좋기가 쉽지 않은데, 푸꾸옥의 면 티셔츠는 괜찮았다. 얇은 것은 얇은 것대로 부드럽고, 도톰한 것은 봉제 마감이 매끈했다. 아이들 하와이안 티셔츠를 산다면 추천한다. 의외로 정가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자석은 면세점에서
아쉬웠던 건 자석. 여행을 다녀오면 냉장고에 붙여둘 자석 하나쯤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푸꾸옥 자석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마트보다 공항 면세점 쪽이 기념품 형태가 잘 갖춰져 있었다.
초콜릿과 드립커피, G7은 면세점에서도 살 수 있다. 마트에서 놓쳤다고 해도 다시 기회가 있다.
다음에 간다면
다음에 푸꾸옥에 간다면 후추는 꼭 다시 살 것 같다. 느억맘은 수하물과 포장을 생각해보고 사고, 캐슈넛과 커피는 선물용으로 넉넉히 챙길 것 같다. 과일은 굳이 가져오기보다 현지에서 많이 먹는 쪽으로 하겠다.
이번 여행에서는 베트남 기념품을 잘 알고 간 게 아니라 마트 진열대 앞에서 꽤 헤맸다. 그래도 덕분에 푸꾸옥에서 살 것과 베트남 어디서든 살 것을 조금 나눠볼 수 있게 됐다. 푸꾸옥에서는 후추와 느억맘, 베트남 어디서든 살 것은 견과류와 커피. 이 정도만 기억해도 다음 쇼핑은 훨씬 덜 우당탕탕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