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퇴사와 이직을 위한 나만의 체크리스트 만들기

이것은 뽐뿌인가? 찐인가. 정신 단디 차리자.

후회없는 퇴사와 이직을 위한 나만의 체크리스트 만들기

요즘 나는 위기의 여자다. 일이 재미가 없고 몸이 근질근질…. 셈해보니 4년차. 때가 되긴 했다. 지금까지 나는 5년 주기로 이직해왔기 때문에…아, 지금이 그때인 것이다. 그런데 ‘이직 ㄱㄱ’하기에는 전처럼 명쾌하지가 않다. 입사를 결정하는 것만큼 이직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지금 나에겐 다른 직장에 가는것 자체가 다음 목표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일이 왜 재미없을까? 무엇이 부족한 걸까?

매너리즘인지, 새로운 역할이 필요한건지, 다른 일이 더 재미있는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 회사 자체를 떠나고 싶은 것인지…

명확히 보고 싶어서 과거의 나의 결정을 돌아보았다. 나는 회사에 무엇을 필요로 했고 언제 떠났는지를.

나의 이직 주기는 5년

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용 힘들어용 진짜

국회 5년, 홍보대행사 5년, 초기 스타트업 각 2년, 1년, 지금 컨설팅 회사는 4년 차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사이클이 빠르고 중간관리자로 조인해 3년간 5년의 싸이클을 빠르게 돈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내 이직 Span은 5년 정도인 것 같다.

이게 긴가 짧은가? 싶어 찾아보니 2015년 사람인 755명 조사결과를 보면, 이직까지 평균 근속 기간은 2.7년이었다고 하니 5년은 평균보다 긴 편이다.

나는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국회, 홍보대행사, 스타트업… 업무 순환 주기가 빠르고 턴오버도 많은, 소위 빡센 곳인데 생각보다 잘 버티고 오래 일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5년을 일할 생각은 없었고, 입사할때는 3년을 다녀야 경력이 되니 ‘일단 3년은 버티자’ 정도의 생각을 했었는데 새삼 업 자체는 나와 잘 맞았구나 싶다.

그렇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많이 다루고 업무 주기가 빠른 일을 좋아한다.

이직 전, 무엇을 하면서 회사를 다녔나

흐름은 유사한 듯 하다. 특히 경력 초반 10년간 다닌 두 회사의 패턴은 좀 비슷한듯하여 정리를 해봤다.

1-3년차 - 숙련도를 높여보즈아

시키는 일을 잘하는 걸 연습하는 시기. 업무 할당자의 의도를 맞춰라! 안다고 잘 맞춰지지도 않지만..

꾸중을 들었을 때 가장 올바른 자세 vs 참을 수 없는 반항심

  • 수습: 누구나 그렇듯 열씸열씸… 열심히하는게 정상 참작되는 시기기도 하고… 별일은 없었지만 3개월 다니고 혹시 짤릴 수도 있으니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주는 쿠폰 도장도 안 받고 마음을 예비했었다. 다행히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 1년차: 이 회사의 일과 업무 사이클을 씹고 맛보며 즐기고 익숙해지는 시기였다. 시키는/주어진 일을 할 수 있으면 되는 때라 생각하는데, 내가 참 머저리 같이 느껴져서 자괴감 오고 괴로웠다. 뭐 방법이 없다. 없는 짬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이겨내야지… ‘다음에 안 그러는게 중요하다’,’전보다 좋아지긴 했다…9999’ 나를 다독이며 버티고 애썼다.
  • 2년차: 숙련도를 올리는 시기였다. 1년차 때 배운 일을 다른 상황에 적용해 혼자서 해보고 시키는 일과 내가 누구를 시키면서 하는 일을 섞어서 저글링했었다. 정신이 1도 없지만 일이 손에 짝짝 붙는 효능감에 도파민 받고, 그리고 바로 개털리고 죽고싶다… 온탕 냉탕 열탕 냉탕을 반복하는 시기였다. 내가 그릇이 담을 수 있는 업무의 양과 폭을 넓히는 시기였던 것 같다.
  • 3년차: 업무를 구조화하고 낄낄빠빠를 배우던 시기다. 목표는 함께 잘하기에 도전! 실무자로서 일은 손에 붙었으나 팀원 1-3명, 상사 1-2명과 알잘딱깔센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리뷰할 문서가 쌓여서- 리뷰 문서가 오지 않아서- 퀄리티가 구려서- 내 일을 하면서 너의 일을 구조화하고, 윗 분, 고객사도 슬쩍 보며… 감(=눈치)가 발달하는 시기였다.

이 중 회사를 가장 그만두고 싶고 힘들다고 느꼈을 때는 2-3년차였다. 일 자체의 양도 많고 힘들고… 일에 너무 파묻혀서 시야가 좁았고 잘 안되는 일과 잘 되는 일을 객관화하거나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4-5년차 -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

4년-5년차는 용기를 가지려고 노력한 시기다. 그리고 재미 있었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일이 생기고, 그 일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기에 재미있었다. 왜 재미까지 있었지? 싶어 살펴보니 책임과 역할과 권한이 비슷하게 일치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랬던 것 같다.

  • 솔직히 3년차까지는 판단을 확인받으며 책임을 은근히 미루는 걸 익혔던 것 같은데, 4-5년차가 되서는 대부분을 내 선에서 결정해야 했기에 용기가 필요했다. 결정을 하라는데 ‘잘못 생각한거면 어쩌지’무서웠지만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일이 멈춘다’는걸 계속 상기했고, 상사들에게도 조언을 구하며 그 분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고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

  • 결정을 하면서 시야가 확장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른 팀은 무엇을 잘하고 있을까? 고객사가 원하는건 뭘까? 어떻게 하면 다음 스텝을 괜찮은데로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외부 스터디나 모임에 참석을 많이했었다. 그러면서 예전의 결정에 대해 다른 뷰로 보거나 어떻게 이 일을 확장하고 장점화 할지 객관화 해볼 수 있었다.

정리하면 ‘아 이직하고 싶다… ‘라는 깔딱고개까지가 3년이고, 주도권이 생기고 보이는 시야가 달라지자 또 다른 추진력으로 나머지를 채울 수 있었다. 이 후에는 퇴사하고 싶을 때 시야가 좁아서 오해할 수도 있다 생각하고 여러번 참아보기도 했다.

이직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3-4년차의 일들. 단, 이직 후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자신이 확장한 일이 이 후의 발판이 되었다 하지만, 내 경험은 조금 달랐다. 이직 성공은 ‘지금 내가 잘 하는 일’로 시작되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어서 확장한 일, 아직은 설익은 일’은 이직을 한 후 나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는 것 같다. 나에겐 새로 시작한 일 자체로 경력을 바꾸는건, 업계가 크게 바뀌는 시기에도 쉽지는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회사는 이 사람을 바로 써먹으려고 뽑는거라 ‘확실히 잘하는 일’에 배팅해 의사 결정을 하는 것 같다. 반면 ‘내가 확장했었던 일’은 나에게 의미는 크지만 적극성에 대한 플러스 알파 수준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 다만 이런 일들은 입사 후 나를 차별화해 역할을 늘리는데 기여하는 듯 하다.

  • 국회에서는 4년차 쯤 소셜미디어를 시작했는데, 면접 테이블에 앉힌 건 ‘나는 정책 개발부터 공보를 계속 해왔다 (=홍보에서 하는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다)’였고, 내가 확장한 일 ‘디지털 마케팅도 X년 해왔다’은 1도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실제로 그렇게 말씀하심..) 하지만 입사하고나서는 역할 차별화/업무 전환 포인트가 되었다.
  • 홍보대행사 후반에는 디지털 마케터로 일했고 팀 반이 퇴사한 어카운트에 중간 투입되어 팀 체계를 다시 만드는 일을 많이했는데, 이후 스타트업 이직은 ‘마케터’로 했고 팀 운영을 잘한다고 좋게 봐주셔서 7개월 뒤에 운영 총괄로 승진했다.

하던 일 안에서 새로 맡거나 벌인 것들이 안타깝게도 나의 이직을 돕지는 못했지만, 넘어간 후의 다음 업의 디딤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떠나야 하나? 생각해볼 것들

슬램덩크 정대만 농구가 하고 싶어요

농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만큼 농구를 그만둔다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법

지금 나에게는 무엇이 부족한가

회사를 결정할 때, 보통 1) 보상 2) 일이 맞는지 3) 팀 등 정서적 만족 3가지 중 2가지만 맞으면 다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좋은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뭐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고 항목의 상대적 크기에 준하는 부분이라… 보상이 적어도 보람이 크면 되는 사람도 있고, 반대인 사람도 있고…

그래서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같다.

돌아보니 나를 회사에 남게한 건, 새로 배우는 일의 기쁨과 커지는 역할과 함께 시야가 넓어지는 재미였다. 나는 잘하는 일이 늘고, 시야가 넓어지고, 내 판단으로 해볼 수 있는 게 생기는 게 좋았다. 반대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거나 이유도 모르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건 힘들었다.

실제로 2년 전에 TCI 검사를 해봤는데, 몇 개는 상황과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극추구가 높으니 새롭고 빠른 업무를 좋아하고, 사회적 민감성이 높으니 불화가 있는 조직 사이에 끼었을 때 일은 정말 잘되었는데 가장 힘들었고… 암튼 TCI든, MBTI든 뭐든, 도구도 많다.

나만의 이직 체크리스트 점수 매기기

이직 결정 체크리스트? 점수표를 만들어봤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는 아까 생각했으니까.

항목 질문 점수
자기 효능감 일을 하면서 내가 잘한다고 느끼고 있나?
셀프-동료 평가에서 잘한 점/ 향상할 점은?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며 부합하는 권한이 있나?
 
배움과 시야 새로운 것을 배우는지?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시야를 가지게 되었는지?
 
일의 확장 가능성 지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해볼 일이 보이는지?  
회사가 주는 시너지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혼자하는 것보다 시너지를 내고 있는게 맞나?
 
시도에 대한 지원 새로운 일을 제안하면 검토하고 지원해줄 사람이 있나?  

내가 무엇 때문에 답답한지 그것을 여기서 바꿀 수 있는지… 그래서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조건이면 다시 일이 재미있어질지도 정리해보았다. 조금 더 분명히 해야 내가 원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체크리스트에서 부족한 것 그렇게 느낀 최근 경험 지금 회사에서 바꿀 수 있는건지? 옮길 곳에서 확인해볼 것은?
       
       
       

내용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비밀로…ㅎㅎㅎ

저의 노잼시기와 별개로 현재 회사와 일과 동료를 깊이 존중하고 애정합니다.

이제 나는 위기의 여자가 아니라 곧 결정할 여자

과거를 이렇게 써보니 역시 추팔은 즐겁고 지금 내 노잼 이유도 이해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즐겁고 동료들도 좋은데, 배운 다음이 부족하다. 배움이 내 역할이나 우리가 하는 일의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것이다.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만족하기에는 머리가 컸고 AI 세상에서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은 급하다.

3년차에 이직 욕구 폭발 깔딱고개를 넘으니 시야가 달라졌다고 썼는데, 지금 이 근질거림도 이직 깔딱 고개인듯 하다.

일단 시도해볼 일이 명확해졌다.

  1. 우선 각자 보고 생각하는 뷰를 맞춘다 - 회사에서는 같이 일하니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능력과 합쳐져서 더 큰 결과물을 내고 받고 싶어지는데, 지금은 세상이 변하며 각자 원하고 보고 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기에 이것부터 이야기해보아야겠다.
  2. 여기서 내가 배운 것을 함께 키울 수 있는지, 그게 가능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리스팅해본다. 안 된다면 다음 자리에서는 누구와 어떤 일을 더 크게 해보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아직 위기의 여자는 아직 다음 스텝을 정하지 못했지만, 몸이 근질거리는 이유는 알았으니 위기는 벗어났다. 어떻게 이 고개를 넘어갈지는 위 두 가지를 해보면 알게될 것이다. 그리고 3개월 내에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확언으로 종료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