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중 하나는 이메일 작성일 것이다. 업무적 의사소통을 글로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별것 아닌것 같은 이메일 제목 작성과 참조 설정으로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반면 제목과 수신자 설정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이나 회신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왜 내 메일은 항상 상사로부터 답변이 늦게 오는 것 같지? 별 내용도 아닌데… 그리고 도대체 수신자와 참조자 설정은 어떻게 하는 건지 매번 답답하다. 이건 부장까지 CC해야하나? 전달을 하면 되나? 아 이번에도 이런 건 참조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쩌지? 근데 나중에는 또 참조 안하면 왜 참조 안했냐고 화낼 것 같은데…
이메일 작성의 기본 - 제목 작성과 수신자 지정
통상 제목과 수신자 설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정확한 사람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니, 잘못된 제목과 수신자 설정은 초장부터 틀리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유독 내 메일엔 답변이 잘 오지 않는다면? 50%는 제목과 수신자 문제다.
메일 제목 작성 잘하는 법
기억하자. 당신의 상사는 절대 메일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 우리도 개인 메일을 확인할 때, 시간순이 아니라 대충 제목을 보고 골라서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메일을 읽게 하려면? 제목을 잘 쓰면 된다. 메일 제목은 광고제목처럼 후킹할 필요는 없다. 명확하기만 하면 된다.
좋은 메일 제목의 핵심은 (1) 수신자가 내가 보낸 메일의 내용과 속성을 직관적으로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고 (2) 나중에 검색해 찾기 좋게 하는 것이다.
1. 서술형이 아니라 단문으로 작성
❌ 지난 분기미팅에서 보고드린 중동항로 예측 물동량 변경 수정보고 드립니다
✅ 중동항로 물동량 예측 변경의 건
단문으로 요약하기(문장줄이기)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내용/핵심 요약/조직내 용어를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에서의 문장줄이기 사례를 참조해보자 https://brunch.co.kr/@dahl713/237미생>
2. 제목은 30자~ 50자 길이로
메일 제목의 길이는 사실 상관이 없지만, 우리가 메일 제목을 보는 공간의 길이는 제한이 있다. 그래서 제목에서 중요한 내용이 잘리지 않도록 제목의 길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내용이 잘리지 않도록 아무리 길어도 ✅ 공백을 포함한 제목의 길이는 모바일에서는 30자, PC에서는 50자 내외를 권장한다. 아래 이미지에서 보듯이 모바일(아이폰11프로 기준)에서는 공백포함 26자까지, PC(맥북 기준)에서는 50자까지도 잘리지 않고 보인다.
3. 대괄호로 메일 카테고리 구분
[용건/기대행동], [중요도], [발신조직] 등. 대괄호에 붙이는 내용은 이 수신자가 내 메일을 가장 빨리 분류할 수 있는 항목값이다. 이는 수신자가 내 메일이 어떤 종류의 메일인지, 내용을 추정하고 편하게 분류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대괄호로 사용할 수 있는 항목과 기대효과는 아래와 같다.
- [용건/기대행동] 받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를 제목에 명시한다
- [확인요청], [의견요청], [협조요청], [공유], [착수보고] 등이 있다. 영문으로도 Help needed, Sharing, Request, Announcement, Headup 등으로 동일하게 쓴다.
- 메일 제목에 기대하는 내용이 분명할 경우, 공유, 공지 등의 회신 부담이 적은 메일 확인이 쉬워진다. 반면 의견이나 피드백을 요청하는 메일은 효과적으로 검토를 압박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본인이 병목(bottle neck)이 되어 업무를 지연시키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분류값/중요도] 받는 사람에게 이 정보의 중요도와 정보가 속하는 카테고리를 알려준다
- [공지], [필독], [긴급] 과 같은 것들, [회의록], [공유], [실적보고],[모니터링] 등이 있다.
- 이런 말머리를 사용하면 수신자에게 ‘이 메일은 봐도/안 봐도 그만’, ‘알아두길 바람’. ‘안 읽으면 누구 손해?’, ‘나중에 읽어도 무방’, ‘자료임’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 당장 확인할 메일과 아닌 메일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메일을 받는 사람의 업무 효율을 도울 수 있다.
- [발신조직] 특정 부서, 부문의 업무로 메일을 반복해서 보내게 되는 경우에 유용하다.
- [재무팀], [XX대행사], [자회사명]와 같은 형태로 팀 이름, 회사명을 말머리로 쓴다.
- 회사의 특정 팀, 대행사와 일하는 경우, 여러 실무자와 메일을 주고받게 된다. 이런 말머리를 달면 “지금 이 말머리가 달린 메일은 모두 특정 업무영역(Work Scope)에 대한 업무 메일이예요” 라고 알려 메일을 받는 사람의 메일 분류, 내용 예측을 돕는다.
피해야 할 메일 제목
나쁜 메일 제목은 모두 내용 예측이 불가하도록 애매~하다는 특징이 있다.
1. 인사말로 시작하는 제목
가장 나쁜 형태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XXX의 XXX입니다”이다. 이것만 보면 메일을 열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2. OOO 관련~으로 끝나는 제목
세상에 관련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관련이라는 말을 빼기 어렵다면 최소한 “XX 관련”으로 내용이 끝나게 쓰지 말자. 끝말은 그 관련된 내용에 대한 행동을 넣어주면 더욱 좋다. (예시: XX사업 비용 결산 누락 관련 → XX사업 비용 결산 누락 관련 대응 계획 보고)
3. 분류값만 있는 메일 제목
“6.24 회의록 공유” 와 같은 제목에서는 이 회의의 주제가 아니라 회의를 했음. 밖에 알수가 없다. 특히 협의 사항은 나중에 시비를 가리거나 사실 확인차 자주 찾아보는데, 이렇게 쓰면 나중에 확인과 검색도 힘들다.
메일 수신자, 참조자 잘하는 법
수신자(To)와 참조(Cc)는 어떻게 하면 될까? 심플한데 사실 일하다보면 은근 골치 아픈게 이거다. 이 내용은 상사를 넣기에는 내용이 너무 소소한 것 같고, 안 넣기도 찝찝하고… 다 넣어야 할까도 고민되고…
1. 수신자, 참조자의 의미
기억하자. 수신자와 참조자는 회사어로 다음과 같다. 수신자는 받은 내용의 회신/미회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며, CC에 넣는 사람은 이 내용을 알아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항상 이 기준을 생각하면 메일의 수신자, 참조자 지정이 심플해진다.
내 사례를 소개한다. 글로벌CEO 최종 인터뷰 자료를 30분내로 기자에게 송부했어야 하는데, 컨펌을 해야하는 부장님이 해외 출장중이었다 (심지어 비행 중)…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연락은 안되고, 컨펌을 안 받고 자료를 내보낼 수는 없고… 난감했다. 이 때 다른 상사가 메일에 참조(Cc’ed)된 차상위 이사님에게 컨펌을 받으라고 얘기해줬다. Cc 된 사람은 내용을 알아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너에게 컨펌을 해줄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간단히 수신자가 없을 때, Cc된 사람 누구와 커뮤니케이션 할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 참조자를 지정할 때, 직급 등 참조해야 하는 순서가 있나요? **
혹시 모를 이슈 방지차원에서 직급순으로, 직급이 같다면 업무와의 연관성 기준으로, 직급과 연관도도 같다면 연차 순으로 Cc 하는것을 권장한다. 예) 참조(Cc’ed): 이사, 부장, TF 차장, 옆부서 차장…
사실 규칙은 없다. 회사마다 다른 부분이고 미국 회사는 정말 1도 신경 쓰지 않는 사항이다. 하지만 우리가 메일 주고 받는 회사의 분위기나 상황은 알 수가 없고, 사람의 마음은 미묘하기 때문에 조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2. 수신자, 참조자 총 3명 이상
꼭 3명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1:1을 지양하자는 말이다. 회사의 이메일은 법적 효력이 있다. 1:1 로 메일을 주고받게 되면 진행 상황을 둘 외에는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단순 확인, 조사가 아닌 이상에야 1:1 메일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실제 회사에서 2명끼리 일하는 경우도 드물고, 수신자가 최종 결정자가 아닌 이상 결정사항을 2명만 공유하면 되는 경우도 드물다.
또 1:1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감정 싸움을 막기 위해서다. 메일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직급이 낮은 친구들과 일할 때… 이 때, 발신-수신자 외에 1명이 참조로 걸리면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어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감정 싸움까지 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3. 수신자는 당신! 이라고 콕 찍어 지정
- 한 안건에 대한 수신자는 1인으로 한다 여러 명을 수신자로 하면 메일에 대한 회신 책임도 1/n 로 나누게 된다. 특히 무언가를 묻거나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십중팔구 답변이 안 온다. 모두가 ‘(나말고) 누가 답변하겠지.. 답변하면 이거 내 일 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래 설명하겠지만, 정말 매우 매우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한 명을 콕 찍어서 ‘수신할 사람은 바로 너!’라고 지정하자.
- 수신자(회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여럿인 경우는 메일 바디에 구체적으로 명기한다 회의록이나 특정 안건에 대해서 답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 해당 인원을 모두 To로 넣되 어떤 부분에 해당 인원들이 답변하면 되는지를 하이라이트, 태그 등으로 표시하고, XXXX 의견 부탁드립니다. 등으로 처리한다.
잘못된 수신자, 참조자 지정
1. 같은 안건에 직급이 다른 사람을 동시 수신자로 지정
세상 곤란한 일이 여기서 발생한다. 부장과 차장을 To로 넣고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거의 동시에 이 두 명에게 서로 다른 의견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두 분이 분야가 다르면 오케이.
부장은 A라고 하고 차장은 B라고 하면 뭐 부장말을 따르면 되지만, 내 위의 상사인 차장이 바보가 된다. 한편 실무를 잘 모르는 부장이 A라고 했는데 차장이 조목조목 A가 아닌 이유를 적은 메일을 보내면서 B를 하자고 했을 때, 부장의 창피함과 차장의 민망함은 당신의 몫이다.
2. 숨은 참조(Bcc)는 지양
숨은 참조(Bcc, Blind Carbon Copy)는 뉴스레터나 자료 공유할 때 많이 사용한다. 내가 자료를 공유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여러명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으니 참 유용하다.
그.러.나… 정보 공유와 교환이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목적인 업무에서는 숨은 참조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쉽게 생각해보자. 나랑 A씨랑 둘이 나는 카톡 대화 캡쳐본을 A씨가 몰래 다른 사람에게 공유했다면 어떨까? 기분 나쁜 걸 넘어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특히 민감한 내용이라면 Bcc는 반드시 피하자. 굳이 메일의 내용 공유가 필요하다면 발송한 메일을 다시 전달(FW)하는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숨은 참조한 걸 수신자가 알 수 없으니까 괜찮지 않냐고? 아니다. 숨은 참조한 사람이 메일을 보고 전체회신하는 경우, 아주 많다. 어떤 경우건 숨은 참조는 자유지만, 숨은참조를 한 경우, 곤란해지는 건 당신임을 기억하자.
개별/전체회신, 전달의 차이점
여기서부터는 아주 쉽다. 개별회신은 보낸 사람에게만 회신하는 옵션이고, 전체 회신은 이메일 수신/참조에 들어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회신하는 옵션이다.
1. 회신 (RE) : 전체회신, 개별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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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회신(reply all) - 회사에서는 전체 회신이 디폴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 메일에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조된 상태에서 스레드가 유지되어야 이슈관리 및 메일 스레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업무 현황 파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전체 회신을 아예 회신 디폴트로 설정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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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회신(reply) - 특정인에게만 메일을 보내거나 전체 메일을 주고 받다가 특정 사람/부문과 관계된 내용이나 질문만 이어지거나, 중간에 마이너하거나 논의에서 벗어난 사항의 확인이 필요한 상황일 때 사용한다. (이후 필요하다면 개별논의한 내용 정리를 포함해 전체 회신으로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늘 그렇지만 회사 메일로 험담을 하면 안된다. 개별회신으로 험담하고 다시 전체 cc를 해서 쓰레드를 이어가는 경우.. 없을 것 같지만 왕왕 있는 일이다.
2. 전달 (FW)
- 전달(forward) - 말그대로 받은 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회신과 다르게 전달은 받은 메일의 내용 뿐만 아니라 첨부파일까지 전달할 수 있다. 통상은 타 조직/부서와 논의한 내용에 이어 내부 논의가 필요하거나 받은 자료를 단순 쉐어할 때 사용한다.
지금까지 이메일 제목 작성, 수신자 설정의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통받는 이메일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이메일 본문(메일 바디) 작성법, 기본적인 메일 관리법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