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한다고 했는데도 왜 매일 혼나는 걸까? 솔직히 이 일을 다 시간내에 다 하는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용케 시간에 맞춰내도 뭐라고 하고… ㅜㅜ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 자체가 문제 같으니까 회사 가기가 두렵기만 하다.
직장에서 혼나는 일은 마치 권투에서 잽을 맞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몇 대 맞을때는 ‘아 정신 똑바로 차리자. 다음 번에는 이렇게 피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맞다보면 맞은데 막다가 다른 데 맞고, 거기막다가 맞은데 또 맞고 만신창이가 된다. 문제는 다 맞고 ‘아- 오늘 시원~하게 맞았다! 이제 내일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를 분석해볼까?’ 가 되면 좋겠지만, 이미 100대쯤 맞은 만신창이 당신이 당신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볼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자주 혼나는 신입사원의 실수 중, 업무마다 공통적으로 발생하기 쉬운 실수 유형에 대해 준비했다. 업무의 깊이, 퀄리티, 성과 등 능숙도에 대한 부분은 업계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생략했다.
실수를 돌아보기 전에…
1. 혼남과 피드백의 구분
먼저 지금까지의 실수를 회고할 때, ‘나는 혼났다. 개털렸다’가 아니라 ‘피드백을 받았다’고 생각하라. 그래서 상사가 꾸짖는다면 1)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2) 그래서 다음에 나에게 바라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2가지 사항에만 집중하기를 권하고 싶다.
상사가 당신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가장 큰 목적은 잘못된 점을 알려주고 다음번에 그 실수를 하지 말라는데 있다. 피드백이 듣기 좋을 수는 없겠지만, 상사 또한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2. 상사를 바라보는 시선
대다수의 사고는 쌍방과실인 것 처럼, 당신이 혼나는 건 100% 당신 잘못만이 아니다. 상사가 업무 가이드나 피드백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말을 바꿨을 수도 있다. 또한 상사가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것도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걸핏하면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적으로 쏟아내서 대응해야 하는 이상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의 상사는 내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감정적이라고 나도 피드백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결국 내 마음만 상하고 위축 될 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일단 ‘꼽게 들려도 나보다 오래 살고 오래 일한 사람의 말에는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그 사람이 누구건 간에 나에게게 도움되는 내용을 말했다면 받아들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자.
3. 실수 유형 구분
일과 감정을 섞으면 피곤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의 업무를 일과 사람,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좋다.
내 실수가 숙련도의 문제인지, 태도의 문제인지 구분하자는 얘기다.
당신의 실수 또한 (1) 일과의 관계 (2) 사람과의 관계 - 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좋다. 일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협업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 능숙도의 문제로 생기고, 사람과의 관계는 소위 말하는 특정인과의 업무 합, 업무 태도에서 발생한다.
참고로 이번 글에서는 신입사원들이 프로세스 미비로 자주 혼나는 유형을 먼저 다룬다.
업무 프로세스에서의 실수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들이다. 직장인이 자나깨나 명심할 점이 있다. 회사 일 자체가 팀플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입사와 동시에 우리는 10개 이상 한번에 팀플을 굴리는 프로 팀플러가 된다. 그래서 업무 프로세스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임의적 판단: 질문 안함, 실수 감춤
질문하기 싫다는 그 심정은 백분 이해한다. 질문하면 알아서 하라고 하고, 알아서 하면 왜 안물어봤냐고 화내고… 예전에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는데 물어보기도 좀…. 그래도 안 물어보고 헤메느니 죄송하다고 하고 빨리 물어보자. 하지만 이런 질문이라면 접자. ‘어떻게 해요?(생각 안한 것 같이보임)’, ‘OOO가 뭐예요? (핑프)’
실수 감춤은 통상은 나름의 수습을 해보려다가, 혼날 것 같아서 타이밍 재다가 보고를 못해서 생긴다. 물론 본인 생각에 큰 이슈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스윽.. 넘어가려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데 나중에 이 실수가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가장 최악은 보고 누락이 걸리면 상사의 나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다는거다. 이미 엎지른 물, 아무도 모르게 수습할 수 있는 거 아니면 미리 얘기하고 수습하자.
2. 데드라인(시간약속) 오버
매번 약속 시간을 넘기는 친구를 만나도 화가 나는데, 돈 받고 다니는 회사에서 약속을 안 지킨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심지어 데드라인을 넘긴 결과물은 저평가를 깔고 가게 된다. 이것이 데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다. 사회초년생인 당신의 결과물이 늦은 데드라인 문제를 상회할만큼 뛰어나기는 쉽지 않다.
데드라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업무를 받는 순간 예상 데드라인을 물어본다 - 사실 간단한 사항인데 잘 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다. “OO 씨, 이것 좀 처리해줘”라고 하고 업무를 받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상사가 “그거 다 됐어?”라고 상사가 묻는다면 식은땀이 날 것이다. 반드시 언제까지 처리하면 될까요?를 물어보자. 다른 업무와의 충돌, 촉박한 데드라인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다.
-
최소 1일, 4시간 전에 데드라인을 연장한다 - 제출 시간 1시간전에, 10분 전에, 심지어 시간을 넘기고 ‘저.. 드리기로한 XX 문서요… 내일 드려도 될까요?”라며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작업을 하면서 제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인지하는 순간, 데드라인을 연장하자. 되도록 하루전에. 당신의 작업 일정에 다른 사람도 줄줄이 연결돼 있다.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니는 곳이다. 돈 내고 다닌 학교에서 하듯 12시가 데드라인에 11시 59분 과제를 제출하고, 점수를 받고, 그 점수에 대해 내가 책임지는 일이란 회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
반드시 최종 데드라인 전, 비공식적인 1차 피드백 시간을 산입한다 - 업무 시간관리에 있어 반드시 기억해야할 점은 내 만족도보다 최종검토자의 만족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작업 전, 반드시 비공식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1차 피드백은 진행 힌트를 얻는 등 일을 더 간소하게 해준다.
만약 데드라인을 넘겼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데드라인을 넘긴 것을 어설프게 변명하지 않는다 -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나도 자주했던 말…..)
“너무 바빠서…” – 물론 사실이겠지만 당신의 보고자는 통상 당신보다 바쁘다.
“퀄리티를 높이느라 제출이 늦어졌습니다” – …제출한 자료를 보고 상사와 다시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누가누가 시키신 다른거 하느라고…” - 미리 말했어야지. 그 상사에게는 그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데드라인을 넘긴 것을 상쇄할 만큼 결과물의 퀄리티가 높아졌거나, 상황 변경/ 급박한 이슈 발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위의 변명은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3. 업무 의도 파악하지 않음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이 있다. 상사가 “A씨, 내가 언제 이거 하라고 했어”.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니라….” 라며 시작되는 상황. 아니 분명히 며칠전까지 이렇게 하라고 해서 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생각만 해도 딥 빡침이 올라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회사에 기대치가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회사도 나에게 기대치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일을 기대치에 맞게 수행하는 것은 회사에서 업무에 대한 만족 기대치가 아니라 기본 기대치다. 업무의 기대치에 대해 생각하고 일했는지 돌아보자.
업무의도 파악을 위한 우리의 자세
핵심은 내 업무에 대한 평가는 ‘검토자의 만족도’에 있으므로, ①‘검토자’, 즉, ‘회사’에서 왜 일을 시켰는지와 ②결과물의 형태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회사의 기대치와 내 기대치의 간극을 줄어야 한다.
-
초반 질문을 충실히 한다 - 업무 맥락 파악을 위한 것이다. 왜 이 업무를 하게 되는지 배경, 이 업무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 조사 수준에 대해 질문한다. 경쟁사 조사라고 한다면, 이 조사가 어떤 부분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하면, 내가 초점을 둘 작업이 해당 경쟁사의 비즈니스 모델인지, 가격, 사용성 등인지 파악하고 집중할 수 있다.
-
반드시 최종 데드라인 전, 초안 리뷰/ 1차 결과물에 대한 비공식 피드백을 받자 - 이 작업은 작업방향이 엇나갔을 때, 더 이상 당신이 먼 곳으로 가지 않게 도울 것이다. 업무에 조언을 받을 다른 이를 연결받을 수도 있다.
또한 결과 정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팁 또한 얻을 수 있다. 관리직(임원 > 대표)로 갈수록 지시는 추상적인 반면, 결과는 한 줄로, 핵심만 전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과 정리방향에서 받는 팁은 작업 완수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4. 사실관계, 디테일 빈약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 있다. 사소한데서 문제가 생기니 꼼꼼하게 해라-는 말이다. 큰 원칙에 대해서는 합의나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만, 방법론, 세부조항과 같은 사항에서는 다툼도 많고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테일이란 무엇을 말할까? 다른 결과를 만드는 한 끝- 이라 볼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 말하는 디테일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탈자, 사실관계, 결론을 뒷받침하는 인용이나 수치의 정확도, 수치..와 같은 기본만이라도 잘 챙기자.
이런 디테일이 자주 틀리면, 이렇게 보인다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업무 시 자주 둔감하게 여기는 사항들이다.
- 오타 - 해당 문서 신뢰도와 퀄리티를 30% 떨어트린다.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고유명사 - 임원들이 보는 영문 뉴스 요약이나 리포트에 기입된 기관의 국/영문 이름, 꼭 확인하자. 내 이름을 틀리게 쓴 사람이 나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 히스토리 - A라는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 전 정책, 해당 정책의 배경, 선결조치를 모른다. 리포트가 빈약해보이는 건 물론 내용 자체의 합당함을 믿을 수가 없다.
- 숫자 수식, 미확인 – 숫자는 돈이고 성과다. 심각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관계, 디테일 파악을 위한 우리의 자세
업무 유형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꼭 두번, 세번 체크하자. 방법은 이것뿐이다.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챙겨서 내 것이 되야만 고쳐진다. 귀찮을수록 지금 체크해야 더 귀찮아지지 않는다는걸 기억하자. 자기가 제출하는 ‘내 이름 달고 나가는 결과물’이 충분한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근거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바쁜 와중에 디테일을 챙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는 꼼꼼하지 못해요” 라는 말을 자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에 꼼꼼하지 않고 해도 되는 일은 없다.
5. 정보 구성을 못한다
문서보고 건 구두보고 건, 열심히는 한 것 같은데 듣다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통상 실무자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일관되게 정리를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사실 실무자가 접한 온갖 정보를 executive report와 같이 짧게 정리하기는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훈련이 필요한 일이긴 하나, 사실 이 부분은 3번 작업자의 의도를 명확히 모르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 작업물을 어느 맥락에서 누가 읽을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정보량에 압도된 경우다. (아 사실 이게 나다 ㅠ) 이 케이스와 관련된 사항은 무척 다양하므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포스팅에서 별도로 설명하겠다.
지금까지 쓴 내용은 내가 주니어일 때 무척 억울했던 부분이다. 동시에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다른 부사수들에게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회사가 어려운 이유는 매일이 끝나지 않는 ‘팀플’이기 때문이고, 회사에서의 대부분의 문제는 팀플을 하며 ‘이 사람의 일정을/결과물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유래한다. 반대로 회사에서의 인정과 평판은 ‘이 사람과 일할 만 하다’라는 신뢰에서 생긴다. 이런 신뢰의 바탕을 만들 수 있도록 ‘왜 회사에서 어떤 이유로 지적을 받는지’를 써보았으니 모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